본문 바로가기
전지적 이주민시점, 제주식당&카페

제주 도민이 좋아하는 그 베지근한 맛

by iyaiyao 2021. 4. 1.
제주 그 베지근한 맛

제주에는 베지근하다라는 단어가 있다. 

회사에서 만나는 제주 젊은이들이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50대이상 어른들은 사용한다는 단어.

 

이주민이 얼마나 표현할 수 있겠냐마는 제주인들과 생활하고 토속음식점을 다니면서 느낀 뜻을 말하자면
"너무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뜻해서 먹기 좋은 온도의 국물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상태"라고 생각된다.

그래서인가 제주 토속음식을 다루는 식당엘 가면 펄펄 끓인 국물을 부어주는 게 아니라
적당한 보온상태의 국물을 부어주는 음식이 많다.

동문 식장에 있는 자연 몸국에서 먹어본 접작뼈 국도 펄펄 끓는 국물이 아니었고
제주인들이 사랑하는 고기 국숫집에서 나오는 국물도 뜨겁지 않다.
표선에 있는 춘자네 국수도 늘 삶아둔 중면에 적당한 온도의 진한 멸치육수를 부어주는 맛 

그 맛이 참 기가 막히지(진 해장국의 고사리 해장국은 용암 맛이라서 베지근과는 좀 멀 것 같다.

 

제주부민장례식장
부민장례식장 제주맛집중에 하나

제주에서 사회 생활을 하니 결혼식과 장례식장을 갈일 이 있었는데 육지의 상차림과 좀 다르다.


돼지고기를 삶은 돔베 한 그릇, 순대와 두부에는 간장을 곁들인다.
국은 하얀 생선 살이 들어간 미역국을 많이 받아봤는데 사진상에는 북엇국
이게 무슨 상차림이냐며 놀란 육지인들이 많았었는데 먹다 보니 내 입엔 참 맛있다.


간과 양념이 최소화되어있는 제주의 전통 상차림은 점점 내 입맛에 맞아간다.

 

가시식당두루치기
가시식당 2호점 의 두루치기

 

어느 날 기운이 너무 없어 가시 식당엘 갔다. 시내에 있는 가시 식당 2호점 너무 소중해.
돼지고기 뒷다리살로 추정되는 부위에 적당히 짠맛의 양념을 한 돼지고기에 

무생채, 파채, 양념 안 된 콩나물을 넣고 같이 익혀서 먹는 것이 제주의 두루치기

 

이곳을 가는 이유는 기본으로 나오는 몸국을 먹기 위해.
고기 익어가길 기다리며 몸국에 밥을 곁들여 먹으면 아무리 지친 마음도 스르르 달래진다.
몸국을 먹으면서 베지근하다는 뜻을 알게 될 거 같은 이주민.


가시 식당은 너무 좋은 게 몸국도 계속 리필을 해줘서 늘 과식을 유발한다. 가격도 얼마나 착한지 8천 원의 행복.
예민한 사람들은 돼지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나는 이곳의 미덕이 있는 음식이 참 좋다.

 

제주가시식당
가시식당 2호점의 두루치기는 몸국을 먹기위한 반찬

 

 

이주민 6년 차가 제주의 음식에 대해서 얼마나 알 수 있겠냐마는
결핍의 땅에서 만들어낸 제주의 음식은 재료 90%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그 옛날 육지에서 공수 받아야 하는 마늘, 고춧가루, 설탕 등등의 양념을 원활히 받을 수 있었을까?
양념이 부족한 듯 하지만 가게 옆 텃밭에서 뜯어온 푸성귀를 툭툭 끊어서 끓여주는 국이라든지
돼지 한 마리 잡아 마을 사람들끼리 돔베도 나눠먹고, 뼈에 붙은 고기까지 모두 긁어다

모자반을 넣어 배를 불리게 하는 몸국이라든지 부족하지만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 이것이 베지근함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관광지에서 파는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이런 푸근한 베지근한 음식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댓글